성수동, 2년

 

성수동에 온지 꼬박 2년이 되었습니다.
날짜를 셀 때에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습니다만,
2월 14일이 임대차 계약서 갱신일이라서 정확하게 압니다.
즉, 2016년 2월 14일에 지금 성수동 본점 자리 임대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거든요.

그때는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임대차 계약서에 기간을 2년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덧 갱신일이 돌아왔고, 건물주님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살면서 이처럼 두근거리는 순간이 또 있을까요?
회사생활만 10년 이상 했던 저는 이렇게 협상 테이블에 덩그러니 나왔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때로는 내가 가장 앞줄에 설 때도 있지만,
조직이라는 곳에서는 대부분 나의 상사, 나의 조직, 나의 동료들이 든든하게 받쳐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고 협상에 나설 때에는 정말 혼자 무대에 나와서 독백을 하는 느낌입니당.

게다가 건물주는 초특급수퍼울트라 갑
나는 조빱찌질이 을

이런 경험도 회사생활만 할 때는 많이 못 느꼈죠.
제가 다녔던 회사는 그래도 이름이 있는 회사들이었고,
그 그늘에서 놀았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수모를 당하거나,
완벽한 ‘을’로서 모욕을 느낀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없었던 것은 아니죠)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는 건물주들로부터 온갖 경험을 다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던 허울이 벗겨진 느낌이죠.

암튼 이번에 건물주를 만나는 것은
정말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건물주는 무려 50% 의 임차료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건물주는 선심을 쓰시며 40%로 인상률을 낮춰 주셨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렇게 2시간 가량을 밀고 당기고 하다가
적절한 선에서 잘 협상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임대차 보호법은 멀고
건물주는 가깝고나…

성수동은 지금 난리입니다.
여기저기 높은 빌딩을 짓는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고,
신흥 부자들과,
사회적 기업 종사자들,
젊은 예술가, 건축가, 사진가, 스튜디오 등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건물주들의 욕심도 함께 증가했지요.
그러다보니 또 밀려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지요.

이번에는 저희가 어떻게든 버텼습니다.
저희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어떻게든 버틸만 했으니까요.

몇년 후에는 도대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암튼, 건물주의 전화는 무섭습니다.

By |2월 7th, 2018|NEWS|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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