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크래프트 맥주도 중국에 당한다- CCBF & Beijing HomeBrewing Challenge 참관기

이러다간 크래프트 맥주도 중국에 당한다- CCBF & Beijing HomeBrewing Challenge 참관기

지난 7월 8일-9일에 열린 China Craft Beer Festival 의 한 행사인 Beijing HomeBrewing Challenge 에 다녀왔습니다. 몇가지 느낀바가 있어서 공유하고자 올립니다.

크래프트 맥주에 관심을 갖고 나서부터 줄곧 중국을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의 성장세가 정말 무섭습니다.

일단 사진부터 좀 감상하시죠.

아주 무더운 여름날 베이징의 한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행사였습니다.

큰 컨벤션 홀을 행사장으로 꾸미고, 무대를 한켠에 마련했는데, 무대뒤 스크린에서는 반가운 잭슨 형님의 젊은 시절 동영상이 반겨 주고 있었죠.

부스들도 둘러 봤습니다. AB Inbev에 인수되어서 크래프트 맥주계에서는 꽤 설왕설래 했던 Boxing Cat 도 나와 있고요.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비롯해서 많은 수입사들도 나와 있었습니다.

중화권 행사의 부러운 점 중에 하나는 바로 대만, 홍콩, 싱가폴 등에서 초대되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점입니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사람은 대만 Taihu Brewing 의 양조사 입니다.

CCBF 에서 주목했던 점이랄까.. 우리나라와 좀 다르다고 느낀 점 중에 하나는 영국,  독일, 벨기에 등의 맥주를 수입하는 수입사들도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래프트 = 미국맥주와 같은 인식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은데, 중국은 영국, 독일, 벨기에 등의 전통있는 양조장과 크래프트의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랄까요? … 아무튼 수입맥주가 봇물 터지듯이 들어오던 시기에 이미 해외에 크래프트 맥주가 형성되어 있던 측면이 클 수록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듯 합니다.

Food Pairing 섹션은 생각보다는 좀 작았습니다. 작은 부스 형태로 운영이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양한 중국의 street food 를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기는 했는데, 뭔가 앉아서 식사하는 분위기…?

 

자, 이제 베이징까지 온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와서…

Beijing Home Brewing Challenge이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6회라네요.  총 150여개 맥주가 출품되었다고 하니, Amazing Brewing Company 에서 주최했던 Amazing HomeBrewing Competition 보다는 약간 작은 규모입니다. 이 대회의 경우에는 출품비가 있어서 적은 편이라고 하고, 출품비가 없으면 300개 – 500개까지도 출품이 된다고 하니, 역시 대륙의 스케일은…

중국어로 된 BCJP Scoresheet… 하지만 영어 병기가 되어 있습니다. 알아볼 수는 있지만, 중국어나 많아서 뭐랄까… 좀 어지러운 느낌입니다. (가끔 중국어로만 된 것도 있긴 했습니다)

저는 Pale Ale/ Bitter 부문을 심사했고, 총 19개 맥주를 심사했습니다. 대만출신이자, 상해에서 활약하고 있는 I Jie 와 오랜만에 만나서 같은 조에서 심사하게 되었습니다. 5시간 정도 동안 19개 맥주였는데, 아쉽게도 30점 이상 받을만한 맥주는 많지 않았습니다. 심하게 오염된  맥주도 있었고, 밸런스가 심하게 흐트러진 맥주나 Off-Flavor (이취)가 심한 맥주도 더러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30점 이상, 혹은 카테고리별로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은 맥주들이 BOS (Best of Show) 심사에 올라갔습니다. 맨 가운데 어지러운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친구가 싱가폴에서 온 John Wei 입니다. 중화권 맥주 심사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친구이고, BJCP NorthEast 지역 officer 이기도 합니다.  그 왼쪽에 있는 사람이 저의 친구 I Jie, 그리고 그 왼쪽에 있는 사람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BJCP Exam 90점을 넘은 사람이라고 하네요. (밥도 먹고 술도 같이 마셨는데, 이름 까먹음) 마지막으로 흐릿하게 나온 초록바지의 외국인이 이번 행사를 모두 조직한 Jeff 라는 캐나다 친구입니다. 하얼빈에서 영어강사를 하다가 지금은 베이징에서 본인의 브루어리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 날 우승한 맥주는  Imperial Stout 였는데, 심사위원들도 잘 모르는 신인이 만든 맥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더더욱 모르는 사람)

 

심사가 모두 끝나고 베이징의 한 펍으로 자리를 옮겨서 뒷풀이를 했습니다. 2층에서 찍은 사진의 모습인데, 엄청나게 많은 탭을 보유한 펍이라는 점을 아실 수 있습니다. 이런 곳들이 베이징에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게 참으로 놀랍습니다.

여기서부터 결론…

사실 매년 중국 혹은 중화권 도시를 갈 때마다 깜짝 놀랍니다. 크래프트 맥주 씬의 발전이 너무나 과감하고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종량세… 도수가 높아질 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주세제도 덕분에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은 바이주 같은 제품들이 비싸고, 맥주의 주세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더 도수가 높은 희석식 소주가 가격이 싼 우리나라와는 다르죠
  • 맥주 인터넷 판매와 배달의 가능… 1-2년 전에 인사했던 몇몇 업체들이  이제는 너무 빨리 성장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처음부터 인터넷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굳이 우리나라처럼 이미 대기업 맥주 위주로 형성된 주류유통업체나 펍등을 뚫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다보니 브랜드에 중점을 둔 방식으로 업체들이 성장하고, 캔/병등의 패키징에도 창업 초기부터 신경 쓰게 되었다는 것이죠. 처음부터 케그유통만 허용되었기에, 브랜드보다는 ‘유통’자체에 방점을 두고 성장한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양상입니다. 신생 업체들이 가장 골머리를 썪는  ‘유통’이라는 부분을 처음부터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크래프트 맥주 = e-commerce 의 일종으로 자리잡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 홈브루잉, BJCP, 크래프트 맥주 커뮤니티의 삼위일체… 하우스맥주 개념이나 대형 수입사의 세계맥주 개념등이 혼재되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홈브루잉, 크래프트 맥주 그리고 BJCP 라는 공신력있는 프로그램이 아주 균형있게 발전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홈브루잉 커뮤니티도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에서 모두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 거대시장, 그리고 중화권 커뮤니티… 대만에서 열리는 행사를 가거나, 베이징에서 열리는 행사를 가거나, (직접 가본 것은 아니지만) 홍콩에서 열리는 행사를 가도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언어가 같다보니 베이징, 상하이, 홍콩, 타이완, 싱가폴 등은 모두 하나의 커뮤니티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간에 인터넷과 BJCP 커뮤니티를 통해서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물론 양조면허를 받기가 쉽지 않다거나, 인터넷 판매를 통해서 미성년자들의 주류구입이 용이하다는 단점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잘 협조하고 (주로 성 혹은 시 단위) 투자를 받아서 양조면허를 받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성년자에 대한 주류판매의 경우에는 아직 사회 전체적으로 경각심이 부각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잣대로만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실제로 몇몇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부모님이 술 줬다고 자랑스럽게 대답을 하기도…)

얼마 전에 한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중국인 남편이 각종 맥주를 인터넷으로 배달해서 부부가 함께 마시는 모습이 방영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찾아봤는데, 포장 등 배송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공식품류도 중국산이라고 하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산에 비해서 가장 관대한 중국산 가공식품은 아마도 맥주가 아닐까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 맥주시장은 수입맥주에 의해서 많이 점령당하고 있고, 그 중에서 중국도 한 몫을 하고 있죠.

한편 눈을 살짝 돌려서 일본을 보면 홈브루잉 불법 등의 규제 때문에  크래프트 맥주 커뮤니티 형성이 어렵고, 이로 인해서  소비 수준이나 경제규모대비 크래프트 맥주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4대 대기업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크래프트 맥주도  미국처럼 홈브루어 출신들이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진출하거나, 사케 양조장에서 진출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죠.

최근에 한국에서는 맥주 배달에 대해서 정부 정책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로 인해서 저희 또한 언론으로부터 많은 질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맥주는 어떤 길을 걷게 될지, 그리고 그 길에서 정부규제, 커뮤니티, 유통채널 등은 어떠한 역할을 각각 하게 될런지요… 저는 향후 3년 안에 중국의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By |7월 26th, 2017|NEWS, 미분류|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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